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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식은 언제 탄생하는가?

행복한 소쩍새 2025. 2. 9.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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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은 언제 탄생하는가? | 마르첼로 마시미니 - 교보문고

의식은 언제 탄생하는가? | 『의식은 언제 탄생하는가?』는 정보통합 이론의 기본 명제를 어느 시스템이 정보를 통합하는 능력이 있으면 그것에는 의식이 있다는 과감한 전제 위에 의식의 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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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 실습 도중 어떤 의대생이 손바닥에 다른 사람의 뇌를 놓고 그 무게를 감각적으로 재봤다. 바로 그 순간, 아무리 봐도 작고 부서지기 쉽다고 할 수밖에 없는 물체가 불과 몇 시간 전까지 어떤 우주를 통째로 품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물체에는 공간, 시간, 물체, 색깔, 추억, 애정, 공포 희망을 포함하는 전 우주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의대생은 깜짝 놀라면서 현기증을 느낀다. 어린 시절, 지구를 아주 추운 우주에 떠다니는 모래 알갱이 같은 것으로 상상했을 때 그는 아찔했다. 하지만 지금의 현기증은 그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확실하다고 생각했던 것과 사물의 의미가 모두 무너지는 것 같다.
-p.12-13

 

우선 의대생은 자신이 처음에 품었던 의문이 진지한 것이었음을 가까스로 분명히 깨달았다. 정말 뭔가가 빠졌던 것이다! 뇌가 다른 물체들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않는 이유는 커다란 오해 때문이다. 과학에 의해 규정되고 측정하게 된 물체의 성질은 다양하다. 넓이나 광도, 온도 등이 바로 그 성질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던 성질이 여기에 새로 더해졌다. 그것은 '하나가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객관적인 기준을 가지고 어떤 물체가 '하나가 되는 조직'인지, 아니면 '작은 요소의 집합'인지를 정한 사람은 없다......하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이런 것에 하나가 되는 성질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겉보기에 그렇게 보일 뿐이다. 실제로 우리는 겉모습으로 판단하다 보니 항상 속임을 당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가 되는 성질, 바꿔 말해 통합성은 해당 물체 안쪽에 있다고 봐야한다......그렇게 되면 물리적 요소들끼리 밀접한 연관이 있고, 그에 의해 조직 전체가 정보를 만들어내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사실이 된다. 그러니까 독립된 요소가 만드는 뿔뿔이 흩어진 정보가 아니라, 통합된 정보가 있느냐 없느냐가 표시되는 것이다......의대생은 이 새로운 시점을 가지고 해부실습실로 돌아갔다. 그러자 곧 실습 중 눈에 띄는 기관은 어느 것이나 작고 단순한 조직들의 집합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하지만 예외가 하나 있다. 이것만은 겉으로 보이는 대로 '하나의 물건'으로서 존재한다. 그보다 작은 요소로 자를 수는 없다.
p.260-261

 

그런 것을 생각하던 의대생은 갑자기 어떤 것을 떠올렸다. 몇 년이나 병상에 있는 아내의 시중을 들면서 날마다 오후를 함께 보내고 있던 어떤 남편을 떠올린 것이다......남편은 거의 감지할 수 없는 듯한 머리의 움직임, 아주 작은 입의 움직임, 눈가의 축축한 기색 같은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했던 것이다. 그런 움직임을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남편은 하루하루를 보냈다......그 남편은 타인이 알지 못하는 형태로 아내의 과거 존재, 그리고 현재 진행형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것이리라. 남편은 아내와 함께 뇌를 성장시켜왔다. 남편의 뇌가 남편에게 보이는 세계에서는 타인이 알 수 없는 아내의 움직임도 분간할 수 있는 것으로서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의대생은 또 이렇게 생각했다. 어쩌면 뇌와 의식은 한 사람 한 사람의 것이며, 타인의 의식은 나눠가질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병상의 아내를 시중드는 남편의 사례는 그런 고독한 의식을 지닌 우리가 세계를 서로 나눠가지면서 살아갈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p.272

 

의식 이론이 옳다는 가정하에서 하는 이야기이지만, 언젠가 다른 기본적 성질을 재는 것과 같은 정도로 파이값을 정확히 측정하게 된다면, 그때는 우리 눈앞에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질 것이다. 주위의 별에 비해 터무니없이 밝은 큰 별이 빛을 내고 있는 한 모퉁이는 그 범위에 들어가지 않지만...인간의 복잡한 의식이 빛나는 이 장소에서 우주는 더욱 커다란 존재가 된다......과학적인 혁명에 의해 인간이 자신의 특질을 찾아냈다고 하자. 언젠가 그것을 근거로 우주의 중심에 있다고 저절로 느끼게 될 날이 다시 올 것인가? 이 질문에는 지금 당장 누구도 대답할 수 없다. 우주비행사들은 얼어붙을 것처럼 추운 우주에 고독하게 떠 있는 지구를 봤다. 그 우주비행사들의 감동과 마찬가지로 지금 의대생의 마음은 경이와 깊은 애정으로 가득 차있다. 아무리 작은 불길, 좀체 피어 오르지 않는 불길, 이 순간에 꺼져가는 불길이라도 이 손으로 지키고 싶다고 생각했다.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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